[서울박물관 특별전] 조국으로 가는길, 구한말 관료로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동농 김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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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박물관 특별전] 조국으로 가는길, 구한말 관료로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동농 김가진

younghwan 2013. 12. 2. 12:01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2013년 "조국으로 가는 길 - 한가족의 독립운동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구한말 고위관료 출신으로 한일합방 이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헌신한 한 가족이 살아왔던 길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이번에 소개된 김가진(1846~1922)은 권문세가였던 북촌 안동김씨 일가로 예조판서를 지낸 김응균의 아들이다. 서얼출신이었던 김가진는 비교적 늦게 관료로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규장각참서관에서 시작하여, 청직이라 할 수 있는 규장각, 사헌부, 홍문관 등에서 초기에는 관직생활을 했으며, 개항 이후에는 외교업무를 했다. 동학혁명 이후 갑오경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나, 실질적으로 실패한 이후 독립협회에 참여했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당시 대부분의 고위관료와 마찬가지로 남작의 작위를 받았으나 이를 받지 않고 칩거하다가 3.1운동 직후 대한제국의 고위관료로서는 드물게 74세의 노구를 이끌고 임시정부에 참여하였다. 김가진은 구한말을 이끈 고위관료이자 독립운동가이지만, 당대의 명필로도 유명했다. 그의 글씨는 창덕궁 후원의 많은 정자의 현판과 주련을 비롯하여 여럿곳에서 지금도 볼 수 있다.

전시를 열며
서울 관련 전시를 주로 해 오던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8.15를 맞아 조금 색다른 전시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서울 백운동 일대에서 살았던 동농 김가진과 그 며느리 수당 정정화를 중심으로 하는 한 가족의 독립운동 이야기입니다. 개화기 지식인이자 관료였던 동농 김가진은 3.1운동 직후 지하 독립운동단체인 조선민족대동단을 이끌었고, 74세의 나이로 대한제구의 대신으로는 유일하게 상해임시정부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하였습니다. 수당 정정화는 연로한 시아버지를 봉양한다는 일념으로 뒤따라 망명하여 26여 년간을 임시정부의 안 살림꾼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가진의 삶을 따라서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되기까지의 격동의 시대를, 그리고 정정화와 망명정부의 발자취를 따라서는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찾게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독립된 조국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이들의 기나긴 여정은 조국이라는 터전 안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불혹이라는 사십의 나이에 비로소 조국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조국의 이름으로 이역에서 산화한 이들을 동정호 물에 흘려 보내면서 조국이 무엇인지를 확연히 깨달았다. 나는 아들의 손을 꼭 움켜 쥐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말해 주었다. 조국이 무엇인지 모를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고 그러면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 - 수당 정정화의 '장강일기' 중에서 -

"조국으로 가는 길 - 한가족의 독립운동이야기"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던 특별전시회

서명이 적힌 태극기

동농 김가진과 그의 시대
1886년 개항 일본과 수호조규를 맺으면서 세계에 문을 열다. 이후 청나라와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 러시아, 영국 등과도 통상교역을 확대하다. 김가진은 개항 이듬해인 1877년 32세의 나이로 규장각 검서관이 되면서 관직생활을 시작하다.
1882년 7월 구식군인들이 차별대우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키다. 청나라는 대원군을 납치해가고 일본과는 제물포 조약을 맺다. 결국 조선에 대한 두 나라의 권한이 확대되다. 김가진은 제물포조약의 후속조치를 처리하기 위해 1883년 인천 개항장의 통상사무아문 주사로 외교통상 업무를 담당하다.
1884년 12월4일 김옥균을 비롯한 급진개화파들. 일본의 지원하에 청나라에 대항하여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기치로 정변을 일으키다. '3일천하'로 끝나다. 김가진은 정변의 주체인 김옥균, 박영효, 정변의 희생자 이조연 등과 모두 깊었는데, 그는 갑신 정변의 현장인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인천에서 개항.통상 사무의 기초를 닦는데 몰두하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은 청일전쟁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주장이 갑오개혁에 반영되어 근대적 정치사회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김가진은 갑오개혁 당시 군국기무처의 회의원 17인의 한 사람으로 개혁안을 입안하는 주체세력으로 활동하다.
1897년 고종은 연호를 광무라 하고 황제로 칭하며 대한제국을 선포하다. 양전사업을 실시, 근대적 토지 소유 제도를 위한 지계의 발급 등 광무개혁을 단행하다. 김가진은 1896년 독립협회 설립에 참여하고 황해도 관찰사로 나아가 1898년까지 근무하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앞장서며 광무개혁을 이어가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동농일가
동농 김가진(1846~1922)은 서울 웃대의 명문가 안동김씨 출신으로 대한제국기 중추원 의장을 지낸 대신이자 애국계몽가요 종국에는 독립운동가로 변신한 인물입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문학.예술적 재능도 다분했으며, 구한말 개화관료로서 자신의 족적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일병탄 이후 긴 시간 칩거에 들어갔다가 삼일운동 직후 항일비밀결사조직 조선민족대동단의 총재로 추대되었고, 같은 해 10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합니다.
성엄 김의한(1900~1964)은 김가진의 둘째 아들이자 정정화의 남편으로, 1919년 10월 아버지를 따라 상하이로 망명합니다. 1940년 충칭에 정착한 이후로는 임시정부 군대인 광복군이나 김구가 이끄는 한국독립당에 가담하여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벌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 납북되어 가족과 영영 이별하게 됩니다.
수당 정정화(1900~1991)는 동농 김가진의 며느리입니다. 1919년 10월 김가진과 김의한이 상하이로 망명하자, '연로하신 시아버지를 모셔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이듬해 상하이로 가는 열차에 오릅니다. 그녀에게는 '임시정부의 안살림꾼'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한일병합이 되던 해인 1910년 가을, 열한 살짜리 어린 정정화는 인왕산 기슭의 으리으리한 백운장으로 시집와 동농 일가에 합류합니다. "동갑이었던 남편 김의한과는 부부라기보다는 소꿉 친구사이라는게 옳았으니, 성엄의 또래 친구들과도 철없이 어울려 놀았다. 열 한 살짜리 맏며느리의 풋내기 신접생활은 우습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 장강일기 중에서 -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백운동천 집터와 '백운동천' 바위글씨. 김가진 일가가 살았던 백운장터는 현재 '백운동천'바위글씨와 석축들로 그 흔적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1903년 지어진 백운장은 김가진이 비원장을 지낼 때 중수공사 궁재로 쓰고 남은 재목을 하사받아 지어졌다고 하며 그 규모가 매우 컸다고 한다. 백운장으로 시집온 정정화는 어느날 저녁 백운장 마당에서 호랑이를 마주친 적도 있다고 한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장동팔경첩 백운동, 18세기 중반, 정선,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인왕산의 남쪽 기슭에서 북악산에 이르는 장동지역 8경을 그린 그림이다. 백운동을 비롯하여 청송당, 창의문, 청풍계 등이 담겼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김가진 일가가 살았던 장동과 백운동 일대는 빼어난 두 명산인 북악산과 인왕산이 이어지는 도성의 서쪽 지역으로, 한양을 조망할 수 있는 명승지였습니다. 이곳은 김가진의 집안인 안동 김씨와 같은 명문세가들이 거주하던 최고의 주거지였고,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아 시를 읊었던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진경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은 이 주변의 명소를 「장동팔경첩」에 담았습니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백운동 몽룡정, 1914년, 동농 김가진의 집인 백운장 경내에 있던 몽룡정을 그린 그림이다. '경산'이 그렸으며 좌측 상단에 김가진이 직접 쓴 시가 있다. 오른쪽 하단에 '백운동천' 바위글씨의 '天'자가 보인다.

백운동 몽룡정
한 구역 백운동은 예로부터 풍진 세상과 단절되었네
귀한데 살면서 선대의 유업을 따르니
지세의 이치가 무능한 사람도 용납한다.
병풍바위는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폭포소리는 마른하늘 우뢰 같도다
가장 그윽한 곳 몽룡정에는
흰구름이 늘 걷히지 아니하네
- 갑인년(1914) 여름에 동농 적음 -

김가진의 서예 예술세계
한시에 조예가 깊어 시문을 즐겼던 김가진은 글씨도 잘 썼습니다. 폭넓은 교유관계를 바탕으로 젊은 시절부터 많은 이들에게 글씨를 써주었고 전국의 사찰, 누정에도 현판 글씨 등을 많이 남겨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그의 필적은 상당수에 이릅니다. 특히 창덕궁 비원장을 지내는 동안 비원 내의 정자와 문루 등에 많은 현판과 주련 글씨를 직접 써서 달았으며, 현재에도 대부분 남아 있습니다. 1918년 최초의 근대적인 미술단체로 창립된 서화협회의 고문으로도 활동하였습니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개화기 손꼽히는 명필, 김가진
김가진의 글씨는 중국의 미불과 동기창의 서풍을 따르고, 우리나라의 이광사 체를 배웠습니다.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한 글씨체가 남아 있고, 추사 김정희의 인장과 자신의 인장을 함께 찍어서 만든 『완당동농양선생인보』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김가진의 후손가에는 그의 인장이 많이 남아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동농 묵적, 1900년

김가진이 쓴 천자문, 1901년경, 56세때 의한의 돌 때 자녀 교육을 위해 쓴 책이다. 문림편패, 19세기 후반, 김가진이 젋은 시절에 서예를 위해 옛 명사들의 주요 문구를 모아서 직접 쓴 책이다.

완당.동농 양선생인보, 고동과 인장에 관한 글

유여환, 김동농 선생 묵적

인장, 김가진이 서예작품에 사용한 인장들로 이름을 새긴 성명인, 아호를 새긴 호인, 좋아하는 글귀를 새긴 사구인 세트이다. 성명인과 호인은 작품을 완성한 후 낙관을 할 때 쓰이는 도장으로 이름을 쓴 다음에 성명인과 호인 순으로 찍는다. 성명인은 대개 흰글씨(음각)로, 호인은 붉은 글씨(양각)으로 새긴다. 시구인은 작품의 우측 상당에 찍는 두인이나 중간에 찍는 유인으로 주로 쓰인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단파재, 몽룡정

서예 칠언율시, 1942년. 김가진이 행서로 쓴 칠언율시로 황해도 관찰사이던 1898년에 황해도 백성의 주절헌에서 적었음을 나타냈다. 서예 칠언율시, 1916년, 71세 되던 1916년 김가진이 행서로 칠언율시를 써서 동유라는 호를 가진 사람에게 준 것이다. 서예 칠언율시, 김가진이 행서로 쓴 소식의 글을 적은 칠언율시이다.

인장, 시구인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시구 등을 새긴 도장으로 작품의 우측 상단이나 중간 등에 찍는다. 김가진이 즐겨썼던 시구인은 "나의 집은 백운동속", "시의 향기가 깊은 집이 놓네", "백운동주인", "이름을 남김은 천년을 가고, 놀고 즐김은 일에세 머문다' 등이 있다.

관람정 현판 탁첩, 1903년, 창덕궁 후원에 있는 부용정, 애련정, 희우정, 금아문, 관람정 등의 현판 글씨를 쓴 김가진의 탁본첩이다.

창덕궁 비원에 남아 있는 김가진의 글씨
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에는 김가진의 글씨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김가진의 후손가에 전해오는 탁본첩을 보면 부용정, 관람정, 금마문 등 14개의 현판과 다수의 주련이 김가진의 글씨임을 확인해 줍니다. 김가진은 비원감독과 비원장을 지내면서 비원 중수 공사 시에 현판과 주련 글씨를 직접 썼습니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