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범어사는 신라시대에 왜(倭)를 물리치고자 하는 바램으로 세운 사찰로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십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사찰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대웅전 앞 경내에 자리잡고 있는 삼층석탑을 제외하고는 오래된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재는 그리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범어사가 임진왜란으로 사찰건물 대부분이 소실되어서 광해군 이후 크게 중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의 건물들은 대부분 조선후기인 숙종때 세워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범어사에는 주불전인 대웅전을 중심으로 관음전, 지장전, 팔상전, 나한전이 나란히 있고, 앞쪽 마당에 미륵전과 비로전이 뒷편에 약사전을 두고 있다. 범어사가 비록 화엄십찰 중 하나기는 하지만, 사찰의 규모에 비해서 많은 불전을 두고 있으며 가람의 배치에서도 규칙성을 두었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아마도 인근에 많은 불전을 두고 있는 불보사찰인 통도사를 의식해서 조선후기 이후에 많은 불전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불전만 많은 것이 아니라 스님들의 수행공간이 요사채 또한 다른 사찰에 비해서 많은 것으로 보이며, 가람을 중건했던 주체들이 너무 의욕적으로 많은 전각들을 세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범어사 경내 아래쪽에 나란히 있는 비로전과 미륵전. 사찰에서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은 주불전으로 하거나 통도사처럼 독립된 영역을 형성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범어사에서는 보조불전으로 하고 있다. 화엄십찰을 대표한 해인사는 대적광전을 주불전으로 하고 있다. 통도사를 의식해서 세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로전은 앞면 3칸에 맞배지붕을 하고 있는 불전으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비로전과 나란히 있는 미륵전. 미륵전은 미래불이라는 미륵불을 모신 불전으로 용화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음전은 관음보살을 모신 불전이다. 관음보살은 남해바다와 관련이 많은 보살로 '서유기'에도 많이 등장한다. 관음보살은 할머니로 대표되는 여자들이 많이 찾기때문에 신도들을 중시하는 사찰에는 대부분 관음전을 두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최대의 항구도시인 부산에 위치하고 있는 범어사에서는 중요한 불전이라 할 수 있다.
죽은이 영혼을 빌어주는 지장전은 최근에 가장 많이 세워지고 있는 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사찰에서 지장전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그 지위도 낮지만, 워낙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대부분의 사찰에서 지장전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삼국시대엔 중요한 불전이었으며, 많은 사람의 숭배를 받았던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전이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약사전이 그리 많지 않은 편으로 전등사 약사전과 통도사 약사전이 그나마 잘 알려져 있다. 약사여래는 과거불로 약병을 들고 있으며,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는 부처로 알려져 있다.
약사전 뒷편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불전 건물을 볼 수 있다.
범어사 대웅전을 비롯하여 불전들이 있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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