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계 석탑이란 백제시대 만들어진 탑과 백제의 영역인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 나타나는 백제의 영향을 받은 탑을 말한다. 중국 목탑 양식을 바탕으로 돌을 목재형식으로 가공하여 석탑을 쌓았다. 백제계석탑은 목탑을 화강암으로 번한한 데서 시작한다. 석재의 각을 죽이고 직선에 가까운 곡선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백제계탑은 기단부가 약화되어 있다. 비로 지상에서 솟아난 듯한 느낌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석탑의 날씬함까지 더해져 탑에 상승감을 준다. 목탑을 모방해서 만든 백제계 석탑은 한국 석탑의 전형이 된 통일신라 삼층석탑의 형성과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삼국시대 백제가 쌓은 석탑은 목탑을 거의 원형에 가깝게 구현한 미륵사지석탑(국보)과 한국적인 석탑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가 있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9호)은 부여로 도읍을 옮긴 직후인 6세기 말에 세워졌는데, 정돈된 형태나 장중하고도 세련된 아름다움이 백제인의 뛰어난 솜씨를 보여준다. 탑은 낮은 1단의 기단(基壇)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형태를 하고 있다.기단은 각 면의 가운데와 모서리에 기둥돌을 끼워 놓았고, 탑신부의 각 층 몸돌에는 모서리마다 기둥을 세워놓았는데, 위아래가 좁고 가운데를 볼록하게 표현하는 목조건물의 배흘림기법을 이용하였다. 얇고 넓은 지붕돌은 처마의 네 귀퉁이에서 부드럽게 들려졌다. 좁고 얕은 1단의 기단과 배흘림기법의 기둥표현, 얇고 넓은 지붕돌의 형태 등은 목조건물의 형식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단순한 모방이 아닌 세련되고 창의적인 조형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단을 낮게 사용하고 1층탑신을 높게 사용하였다. 몸돌 모서리에는 안쏠림과 민흘림이 반영된 기둥을 세우고 안쪽에는 2개씩 판석을 연결하였다. 지붕돌은 얇은 판석을 여러장 쌓아 목탑의 지붕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 통일신라 석탑이 1개돌로 몸돌이나 지붕돌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탑은 제작방식에서 목조건축물의 특징들이 많이 남아 있다.
1층 탑신 몸돌에는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局碑銘)’라는 제목으로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새긴 전승기념문이 있다. 내용은 소정방이 백제를 평정하고 의자왕을 비롯하여 7백여명을 중국에 압송하였다는 내용과 백제 땅에 5개의 도독부를 설치할 당시 37주, 250현에 모두 24만호, 620만 명이 살았다고 적혀 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미륵사지 석탑(국보)은 일부가 무너져 일제강점기에 시멘트로 보강하여 반쪽만 남아 있던 것으로 2000년대 이후 해체.수리 후 복원하였다. 해체되기 이전에 6층까지 남아 있었는데 높이 14.24 m로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큰 규모이다. 또한 미륵사가 창건되었던 7세기 백제 무왕 때 이 석탑도 같이 세워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석탑이기도 하다. 목탑을 충실하게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 양식상 목탑에서 석탑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단은 목탑과 마찬가지로 낮은 1단으로 되어 있다. 탑신은 1층 몸돌을 높게 만들었다. 1층 몸돌은 목조건축물처럼 각면을 3칸으로 나누고 가운데 칸에는 문을 만들었다. 2층부터는 탑신을 낮게 만들었으며 각 부분의 표현도 간략화되었다.
해체.보수하는 과정에서 심초석 사리공에서 사리장엄구가 출토되었다. 사리호는 금동제 외호, 금제 내호, 유리병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리를 보관하는 사리호, 금제사리봉영기, 청동합과 내부공양품, 진단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제 사리봉영기에는 미륵사지 석탑 창건 내력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은 1층기단 위에 5층 탑신을 올린 높이 9.6 m의 오층석탑이다. 벽돌모양으로 돌을 다듬어 쌓은 전탑양식과 가구식으로 짜맞추어 쌓은 목조건축의 양식이 같이 사용하고 있어 신라 석탑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기단은 1층으로 낮게 만들어 안정감을 주고 있는데 면석의 각면에 기둥을 세운 것은 목조건축물의 특징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반면 지붕돌 윗면에 계단처럼 층을 만든 부분에서 전탑을 모방하여 만든 모전석탑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 백제계 석탑
통일신라 때 사라졌던 백제계 석탑은 고려시대 들어 정림사지석탑을 모범으로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고려왕조가 지방호족 세력을 인정하면서 포섭하는 과정에서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의 호족들은 지역색이 뚜렷하고 개성이 있는 탑을 만들었다. 백제계탑은 기단부가 약화되어 있어 지상에서 솟아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는데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백제계 석탑은 통일신라 석탑의 날씬함까지 더해져 탑에 상승감을 준다.
부여 장하리 삼층석탑(보물)
장하리 삼층석탑(보물)은 충청, 전라지역에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모방한 고려시대 석탑을 대표하는 석탑이다. 탑신의 몸돌이 높고 지붕돌이 지나치게 넓어 안정감이 없어 보인다. 옛 백제의 향수를 자극하고자 지역 호족세력이 조성한 것으로 정림사지 석탑에 비해서 조형미나 조각수법이 많이 떨어진다. 기단은 넓은 판석을 3층으로 쌓아 만들었으며, 그 위에 삼층으로 탑신을 쌓아 올렸다. 탑신은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여러개의 석재로 구성하였고, 몸돌에는 기둥을 새겨 놓고 있다.
담양 남산리 오층석탑(보물)
남산리 오층석탑(보물)은 부여 정림사지오층석탑으로 모방해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고려시대 석탑이다. 1층의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올려 놓고 있으며, 머리장식은 남아 있지 않다. 기단이 1층이기는 하지만 탑신과 기단의 비례가 적절하여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통일신라 이후 석탑은 석탑자체의 독특한 조형미를 가지는데 비해 이 석탑은 석재를 이용하여 목탑처럼 쌓았다.
강진 월남사지 삼층석탑(보물)
월남사지 삼층석탑(보물)은 단층 기단 위에 삼층 탑신을 올려놓은 삼층석탑이다. 1개층의 기단만 있어 약간 불안해 보이며 그 형태로 볼 때 아래층 기단이 없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탑신 1층 몸돌은 높으며, 2층부터는 높이가 줄어든다. 지붕돌은 기단보다 넓게 만들었으며, 전탑처럼 계단식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기단이나 탑신을 목재처럼 다듬은 돌을 짜맞추어 만든 것으로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 외형이 마치 돌을 쌓은 것처럼 보여 모전석탑으로 분류되었으나 지금은 일반 석탑으로 명칭이 정정되었다.
남원 만복사지 오층석탑(보물)
만복사지 오층석탑(보물)은 2층 기단 위에 5층 탑신을 올려 놓았는데 지금은 4층만 남아 있다. 기단부는 일부 땅에 묻혀 있으며, 탑신 1층 몸돌을 크게 만들어 기단역할을 하고 있다. 탑신 2층부턴 몸돌을 낮게 만들었다. 지붕돌은 밑변 전체가 들려 있다. 고려초에 만복사를 세울 때 조성된 것으로 그 원형이 많이 손상되어 있다. 만복사에는 거대한 목탑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중요시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국보)
왕궁리 오층석탑(국보)은 고려초에 세워진 백제계 오층석탑으로 추정된다. 높이 9 m의 거대한 석탑으로 1층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올려 놓고 있다. 기단부가 낮아 균형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탑신 몸돌 모서리에는 기둥모양을 세겨 놓았으며, 1층 몸돌에는 옆면에도 기둥모양을 새겼다. 지붕돌은 얇고 반듯하며, 귀퉁이를 약간 치켜 올렸다. 지붕돌 윗면에는 몸돌을 받치기 위해 다른 돌을 올려 놓았다. 탑신부 1층 지붕돌이 기단보다 넓고, 지붕돌이 평평한 점 등 백제 석탑의 양식을 일부 유지하고 있다.
1층 지붕돌과 중심기둥을 받치는 주춧돌에서 사리엄장구(국보)가 발견되었다.함께 출토된 불상과 함께 제작연대가 9기말 ~10세기 초로 알려졌으나, 미륵사지 사리구가 발견되면서 백제 때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부여 무량사 오층석탑(보물)
무량사 오층석탑(보물)은 1층 기단 위에 5층탑신을 올려놓은 고려시대 석탑이다. 기단은 각면의 모서리와 가운데에 기둥을 세웠다. 탑신 몸돌은 지붕돌에 비해 높이가 낮은 편이나 전체적으로는 비례가 적절하여 안정적이며 세련된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지붕돌은 넓고 얇으며, 끝이 살짝 들려 있다. 전체적으로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연상시킨다. 익산 왕궁리오층석탑과 함께 백제 석탑 양식이 잘 반영된 대표적인 석탑이다.
탑신부 지붕돌은 4장의 돌을 짜맞추었다. 정림사지 석탑의 영향을 받아 지붕돌을 넓고 평평하게 만들었다. 몸돌은 낮은편이지만 전체적인 비례는 적절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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