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세기경 시리아인들이 처음으로 대롱불기기법을 발명한 이후 귀금속이나 보석으로 만든 공예품처럼 몸을 장식하는 장신구나 부유한 계층에서만 사용했던 아주 특별한 용기로서 역할을 했던 유리는 대량생산을 통해 지중해 해상무역로나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로를 통해 주요 교역품으로서 세계 각처로 퍼져나갔다. 대롱불기기법은 속이 빈 금속대롱 끝에 녹인 유리를 붙여 공기를 불어 풍선처럼 부풀린 후 모양을 만드는 기법으로 불과 몇분안에 그릇을 만들 수 있어서 이전의 금속공예기법을 적용한 주조기법이나 작은 용기를 만들었던 코어성형기법에 비해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대롱불기기법은 그 자체로서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만들 수 있어서 장인들이 지금까지도 선호하는 기법이며, 틀을 이용한 대롱불기기법은 규격화된 유리제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대롱불기 기법의 발명으로 유리산업은 당시 로마제국 안정된 통치체제와 함께 크게 팽창하였으며, 이후에는 동로마제국과 함께 사산조페르시아에서 더욱 번창하였다. 유리산업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불기기법의 응용이 생겨났는데, 대표적인 기법이 유리관을 접거나 두개의 병을 붙여서 만드는 이중병과 두꺼운 유리병을 식힌후 깎아서 유리를 장식하는 커트기법(Cut Glass)이 있다. 특히 커트기법은 사산조페르시아에서 크게 발전했는데 유리가 식은후 단단하게 굳은 상태에 다양한 문양을 커트하여 유리를 장식하는 기법으로 오늘날 크리스탈유리라 불리는 고급 유리제품에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최고급 유리제품이라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의 스와로브스키(Swarovski)를 비롯하여 다양한 크리스탈 명품들이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기 기법의 다양한 응용(Various Applications of Glassblowing)
대롱불기 기법의 보급에 따라 기원후 1세기경 유리 산업은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당시 지중해를 둘러싼 광대한 지역이 로마제국의 통치 아래 놓이면서 무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동지중해 연안 지역의 유리 공방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지중해 서쪽으로 유리 제품을 활발히 수출하는 가운데, 이탈리아를 비롯한 지중해 서쪽 지역에서도 새로운 공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공급자 사이에 경쟁이 점차 심화되었고, 유리 공방들은 다른 제작자와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를 시도하거나 과감한 장식에 도전했다. 대롱불기 발명 초기에 만들어진 실용성이 강조된 유리 용기에 비해 3~4세기에는 형태가 독특하고 장식성이 뚜렷한 유리 제품이 다수 생산되었다. <출처: 중앙박물관>
바실리카 한가운데 오목한 램프들을 황동 체인에 걸어 천정에 매다네. 마치 포도나무 덩굴이 가지를 뻗어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 열매가 열리듯 가지 끝마다 유리잔을 올리면, 빛이 그 안에서 타오른 것이 꼭 꽃망을 틔우는 것 같아. 불꽃 잎이 무성할 땐 별이 가득 박힌 것 같고, 짙은 암흑에 수많은 빛을 흩뿌리는 듯, 놀라의 파울리누스(353~431) '시선' <출처:중앙박물관>
유리관을 접거나 두 개의 병을 붙여서 만든 이중병은 4세기에 처음 등장했다. 이중병은 안정적으로 세울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입구가 좁고 여러 개의 손잡이가 있어 숟가락이나 막대를 집어 넣기에 불편했을 것이나, 동지중해 연안에서 6세기까지도 계속 생산되었던 것으로 보아 그 인기가 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중앙박물관>
거는 손잡이가 달린 이중병(동지중해 연안, 5~6세기), 거는 손잡이가 달린 이중병(동지중해 연안, 4~5세기), 이중병(동지중해 연안, 4~5세기)
불기기법의 다양한 응용
그리스에서 보석이나 작은 장신구를 넣어두기 위해 만들던 상아제 상자를 유리로 만든 것이다. 유리는 식히는 온도에 따라 형태가 잘 변하기 때문에 몸체와 뚜껑의 아귀가 딱 맞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출처:중앙박물관>
뚜껑달린 원통형 병(동지중해 연안, 1~2세기)
동물의 모양을 한 재미있는 형태의 용기도 대롱불기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서아시아에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드는 데 사용했던 가죽 주머니 모양의 용기나 물고기 모양으로 가공한 용기가 그 예다. 물고기 모양 용기는 안에 액체를 담를 수는 있지만 실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용기라기 보다는 장인들의 동심이 빚어낸 장식용 용기로 생각된다. <출처:중앙박물관>
물고기 모양 용기(동지중해 연안, 1~3세기)
가죽주머니 모양 용기(동지중해 연안, 1~3세기)
불기기법의 다양한 응용
투명한 삼각뿔 모양의 청색 반점 장식이 있는 이 용기의 용도는 램프로 추정된다. 안에 식물성 기름을 채우고 심지를 늘어뜨려 불을 붙인 뒤 철제 촛대에 매달아 사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용기는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동지중해 연안에서 유럽까지 로마 제국의 영역에서 많이 출토되었다. 우리나라 경주의 금령총이나 합천의 옥전 M1호분에서도 유사한 용기가 출토된 바 있다. <출처:중앙박물관>
램프(동지중해 연안, 1~3세기)
램프(동지중해 연안, 1~3세기)
금령총 출토 유리잔
황남대총 출토 유리잔
각배는 기마유목민들이 동물의 뿔을 잔대신 사용하던 전통을 이어 금속이나 도기로 만든 뿔 모양의 술잔이다. 이 각배는 유리의 특성을 살려 몸체의 곡선이 유려하게 뻗어있다. 뿔 부분은 별도로 만들어 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와 가야의 유적에서 이와 같은 모양의 토제, 청동제 각배가 출토된 예가 있다. <출처:중앙박물관>
동물모양각배(동지중해 연안, 2~4세기)
커트기법의 발전
두 장의 투명한 유리판 사이에 삼각형, 사각형으로 자른 금박을 끼우고 열을 가한 타일로 그 제작 기술의 연원은 헬레니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6~7세기에는 예루살렘에서 공공건축이나 수도원에 사용할 타일을 만드는데 이 기법이 많이 쓰였다. <출처:중앙박물관>
금박유리 타일(예루살렘, 6~7세기)
사산조 페르시아와 공존한 비잔틴 제국에서는 성지순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수 용기가 인기리에 판매되었다. 5~7세기 예루살렘을 비롯한 제국 내 유리 공방이 제작한 용기는 육각형, 팔각형의 주자와 병이 주종을 이루었고, 기독교나 유대교의 종교적 상징이 기하학 문양과 더불어 용기 표면에 장식되었다. <출처:중앙박물관>
육각형 주자(예루살렘, 6~7세기)
커트 기법의 발전 (Cut Glass)
사산조의 유리는 로마 유리의 제작 기법을 답습하였지만, 로마 유리와 달리 장식이 적고, 기벽이 두꺼우며 기형이 명확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장인들은 유리가 뜨거운 상태일 때의 특성을 이용하기 보다는 냉각된 후 단단하게 굳은 상태에서 가공하는 데 탁월함을 보였다. 특히 그릇 표면에 균일한 원 문양을 커트하거나 돌출시킨 장식 유리가 활발히 제작되었다. 사산조의 유리 제품은 비잔틴 제국뿐만 아니라 실크로드를 통한 원격지 교역에 의해 아시아 각지에도 전해졌으며 고급 물품으로 여겨졌다. 동아시에 전하는 사산조 커트 유리의 대부분이 최고위층의 무덤에서 출토된 점은 이러한 정황을 잘 보여준다. <출처:중앙박물관>
지금까지 발견된 커트 장식 유리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공방에서 제작되었다고 여겨지지만, 실제 유물은 대부분 북부 이란의 산간 지역 고분에서 출토되었다. 이는 사산조 궁정이 내린 물건이었을 것이다. 그밖에도 아르메니아, 흑해 연안, 중국 신장, 산시 성의 분묘에서 출토되었으며, 우리나라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이 같은 계열의 커트 장식 유리가 출토되었다. <출처:중앙박물관>
커트 장식 대롱(이란, 5~7세기).
원형 커트 장식 굽다리 잔(이란, 5~7세기)
원형 커트장식 사발(이란, 5~7세기)
원형 커트장식 사발(이란, 5~7세기)
이중원 커트 장식 사발(이란, 5~7세기)
이중원의 커트 장식을 한 그릇은 이란에서도 출토된 예가 매우 적은 편인데, 일본 교토의 가미가모 신사에서 유사한 이중원 커트 장식 유리의 단편이 출토된 적 있다
돌출커트장식 사발(이란, 5~7세기), 커트 장식을 새기지 않고 돌출시킨 커트 장식 대접은 중국 닝샤후이족 자치구위안에서 완형이, 일본 후쿠오카현 오키노시마섬에서 단편이 출토된 바 있다.
이중병 제작방법과 커트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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