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유리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2000년경 고대 문명이 발생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지역이다. 유리는 처음에는 보석과 같은 광택이 나는 물질로 구슬처럼 속이 꽉 찬 형태로 만들어져 펜던트나 몸에 지닐 수 있는 장신구로 사용하였으며, 당시에는 고가의 물품으로 상류계층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유리는 화합물의 구성 등에 따라서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었기때문에 초기에는 다양한 색깔을 이용한 작은 구슬에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을 표현하였다. 유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물건으로는 부적의 의미를 갖튼 펜던트가 많이 만들어졌으며 펜던트에는 사람의 얼굴을 비롯하여 다양한 의미를 갖는 새, 물고기, 동물 등의 모습으로도 만들어 졌다. 이는 다른 보석과는 달리 가공하기 쉬우면서도 흙으로 빚은 토우 등에 비해 뛰어난 색상과 광택 등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리를 제작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원전 15세기 경부터는 코어성형기법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게 되면서 펜던트나 장신구으로만 사용하던 유리는 액체를 담는 용기로서 그 역할이 변화게 되었다. 이 기술을 이용한 유리제작기술은 기원전 15세기에 시작하여 기원후 1세기까지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사용되었다. 오늘날 발견되는 유리제품 중 그 조형미가 뛰어나고 제작기술 또한 상당한 숙련을 필요로 하는 기술로 대량생산에는 부적합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에서 기존의 도기로 만들던 용기를 축소한 형태로 임포라, 오이노코에 등의 용기를 만들었다. 이들 유리제품은 상당히 고가였던 것으로 보이며,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의 중요 물품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신라 고분에서 이런 유리병이 발견되고 있다.
코어성형기법(Core-formed glass)으로 만든 유리
코어성형기법은 가장 먼저 고안된 유리 용기 제작방법이다. 코어 성형은 구슬처럼 간단한 유리 제작에 비해 많은 양의 유리를 다루고, 작업시간도 길었으며 더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서 유리는 하나의 독립된 공예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맞았다. 코어성형유리는 동쪽으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서쪽으로는 이탈리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기원전 16세기 후반부터 기원후 1세기까지 제작되었다. 기원전 6~4세기에는 이 기술이 지중해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유리 제조가 독립된 산업으로 발전했다. 코어 성형 기법은 헬레니즘 시대 후기까지도 소형 병과 용기를 만드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었고, 이를 응용한 펜던트 구슬도 제작되었다. <출처:중앙박물관>
오이노코에(Oinochoe, 동지중해여안, 기원전 3~1세기), 화장품병(Kohl tube, 이란, 기원전 5~4세기)
서아시아에서는 사람에게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힘을 가진 사악한 눈이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한편 이 힘을 역으로 이용하여 사악한 무리에게 강한 시선으로 악을 물리치고자 하는 신앙도 생겨나 강렬한 시선을 가진 눈이 강조된 얼굴 모양의 구슬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롱 형태의 구슬을 얼굴로 삼고, 색 유리를 붙여 머리카락과 이목구비를 표현하였다. 정수리를 관통하는 구멍을 이용하거나 별도로 부착된 유리고리를 통해 실에 꿰어 펜던트로 사용하였다. <출처:중앙박물관>
얼굴모양 구슬,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6~3세기
얼굴모양 펜던트 장식 목걸이,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3~1세기
부적의 의미를 갖는 펜던트는 사람의 얼굴 외에도 새, 물고기, 양 등 다양한 동물의 모습으로도 만들어졌다. 이렇게 작은 유리를 만들 때에는 별도의 심을 만들지 않고, 금속 등으로 된 봉을 심으로 삼아 유리를 감고 형태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엿과 같이 유연한 상태의 유리를 이용하여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었다. <출처:중앙박물관>
동물머리모양 구슬,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4~3세기
새모양 구슬,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4~3세기
새.물고기 모양 장식 목걸이, 동지중해 연안~이란. 1~3세기
새.물고기 모양 장식
유리로 액체나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만든 아주 이른 예로, 코어 성형 기법이 쓰였다. 이 기법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창안되었다. 이를 통해 큰 용기를 만들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지품은 소형 병이 대부분이고, 기벽이 두꺼운 편이다. 향이나는 올리브유나 연고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 시기에는 유리병이 귀해 이를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권력과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출처:중앙박물관>
바닥이 뾰족한 병(북메소포타미아, 기원전 15세기), 바닥이 뾰족한 병(이란 기원전 8~7세기), 바닥이 뾰족한 병(북메소포나미아, 기원전 8~7세기)
이집트 사람들도 서아시아와의 접촉을 통해 코어성형기법을 터득하여 기원전 1500년 무렵 이미 양질의 유리를 생산했다. 하지만 부장품 중에 코어 유리를 모방하여 채색한 목제 용기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궁정의 공방에서 유리 생산을 독점하여 유통량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유리용기는 궁정에서 내리는 하사품의 하나였다. 바탕색으로는 반투명하거나 불투명한 청색이, 장식 색끈은 흰생, 노란색, 하늘색이 선호되었다. <출처:중앙박물관>
코어 성형 유리조각, 이집트, 신왕국시대(기원전 1570~1070)
꼬임무늬 장식대롱, 이란 서남부, 기원전 13세기. 불투명한 흰색 유리와 검은색에 가까운 유리를 직경 5밀리미터 정도의 심봉 둘레에 나선으로 감아 만들었다. 이란의 초가잔빌(Tchoga Zanbil) 유적에서는 이와 유사한 유리 대롱이 목제틀 안에 촘촘히 놓인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이로 볼 때 지구라트 신전의 문 장식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출처:중앙박물관>
지중해와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콜(Kohl)이라는 눈 화장 안료가 고대부터 사용되었다. 콜은 미용뿐만 아니라 벌레를 쫓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 용기는 콜이 마르지 않게끔 좁고 길게 만들어졌고, 안료를 바르는 화장 막대를 집어 넣어 사용하였다. 화장품을 담기 위한 용기인 만큼 아름다운 유리제 병이 애호되었다. <출처:중앙박물관>
화장품병(향유병),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4세기
알라바스크론은 향수나 향유를 담는데 사용된 폭이 좁고 긴 형태의 병을 말한다. 이러한 형태의 병은 바닥이 둥글어 세워지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원반 형태의 주둥이에 끈을 묶어 사용하고, 크기가 큰 경우에는 받침대를 별도로 만들어 세웠다. 시대가 내려갈수록 목이 길어지고 몸체가 짧아지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알라바스트론은 점토와 돌, 금속으로도 제작되었다. <출처:중앙박물관>
알라바스트론(Albastron,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6~4세기), 알라바스트론과 금제 받침(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4~3세기)
알라바스트론(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3~1세기), 알라바스트론과 금제받침(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4~3세기)
코어 성형기법이 서쪽으로 전해지면서 그리스 본토에도 유리공방이 생겨났다. 코어 성형 기법의 전성기에는 제품이 지중해 세계 전역으로 멀리는 흑해까지 확산되었다. 그렇지만 주로 그리스인들이 이를 소비하면서 점차 유리 용기에 그리스 도기의 형태가 반영되었다. 폭이 좁고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용기인 암포라와 한쪽에 손잡이가 달린 물병인 오이노코에의 형태를 충실히 따른 예이다. <출처:중앙박물관>
오이노코에(Oinochoe,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5~3세기), 암포라(Amphoriskos,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3~1세기)
암포라(Amphoriskos,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3~1세기)
기형은 다르지만 유사한 장식 조합을 사용한 경우와 동일한 기형에 색의 조합만 달리한 경우를 보여주는 예다. 기본적으로 위아래에 감은 선은 수평으로 남겨두고, 그 사이의 선만 긁어서 지그재그 문양을 만들었다. 주둥이와 굽에도 색 유리를 둘러 장식을 더했다. 청색 오이노코에의 손잡이 연결부에 보이는 노란 원형 장식은 금속제 오이노코에의 연결못을 모방한 것이다. <출처:중앙박물관>
암포라(Amphoriskos,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6~4세기), 아리발로스(Aryballos,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6~4세기)
오이노코에(Oinochoe), 동지중해 연안, 기원전 6~4세기
코어 성형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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