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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유리는 액체를 담는 그릇이나 용기, 강한 내구성을 갖춘 건축자재, 화려하게 가공한 장신구, 컴푸터 모니터를 비롯한 첨단 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이다. 기원전 3천년경에 유리가 처음 만들어졌을때는 보석과 같은 느낌을 주는 광택이 있는 재료의 특성상 구슬과 같은 형태로 장신구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기원전 15세기경에는 심지를 이용하여 유리로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제작하는 코어성형기법이 발명되어 작은 병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유리의 가공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공예로서 한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이후 유리를 녹여 기존의 청동기를 만드는 방법과 유사하게 그릇을 만드는 주조기법, 다양한 색감을 나타낼 수 있는 모자이크 기법 등이 개발되었다. 기원전 1세기경 시리아에서 대롱불기기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유리공예는 매우 숙련된 장인의 기술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만 만들 수 있었기때문 유리는 최상위 지배계층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귀금속과 같은 역할을 했으며, 일반인들이 소유하기는 힘든 물건이었다.

 기원전 1세기 시리아에서는 혁신적인 유리가공기술이 발명되었다. 대롱불기기법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속이 빈 대롱 끝에 녹인 유리를 바르고 숨을 불어 넣어 용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제작과정이 단순하면서 빠른 시간에 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또한 장인이 그릇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기때문에 창의적이면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혁신적인 제작기술이었다. 대롱불기기법은 그 편의성과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장점때문에 오늘날까지 유리 용기를 만드는 기본 공정이며, 예술품이나 공예품으로서 유리를 가공하는 예술가 또는 유리공예 장인들은 전통적인 대롱불기 기법을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다. 대롱불기 기법의 발명으로 유리제품을 대량생산하게 되고, 기원전후의 로마제국 번영과 함께 유리산업은 지중해 전역과 페르시아, 실크로드를 통한 동아시아까지 세계전역으로 확산하였다.

 이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사산조 페르시아에서 유리산업이 크게 발전했는데 크리스탈 유리와 비슷하게 유리를 깎아서 모양을 만드는 커트기법이 개발되었다. 사산조 페르시아인들은 커트기법과 대롱불기기법을 더욱 발전 시켜 유리가공기술을 크게  발전시켰으며, 이후 로마와 사산조페르시아의 유리제작 전통은 이슬람에서 한층더 발전 시켰다. 이슬람 유리의 전통은 이후 베네치아와 북유럽지역을 거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2년 겨울에 개최한 '유리, 3천년의 이야기' 특별전에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보거나 사용해왔고, 경주의 신라 고분 등에서 출토되었고 해외 유수 박물관에서 소장 전시하고 있는 유리로 만든 유물들과 베네치아의 유리공예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오래된 유리와 유리공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3천년 이상 인류와 함께 한 유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게 해 준 뜻깊은 전시회가 되었다.


<유리, 3천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012년 겨울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특별전시회 전시장 입구.

에필로그
서아시아 지역의 고급 유리는 지역의 수요가 사라지면서 1400년 무렵 생산이 중단되고, 13세기 이후에는 베네치아를 필두로 하는 중.북부 유럽의 유리 생산자들이 이집트, 시리아를 대신하여 유럽과 이슬람 시장에 유리 제품을 공급했다. 인도와 중국, 한국 등 동아시에서는 육상의 실크로드나 해상 교역로를 통해 전해진 유리들이 고분이나 사원에서 발견되었고, 인도네시아, 타이 등지에는 유리 구슬을 제작했던 곳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중해.서아시에 비견될만한 유리공예기술은 발달하지 않았다. 유리에는 옛 사람들이 동원할 수 있었던 지식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 그리고 미의식이 녹아 있다. 오늘날까지 유리의 성분 배합이나 제작방법이 수천년 전과 크게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은 여타의 기술 분야와 비교해 볼 때 놀라운 일이다.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삶의 단면이 투영되어 있는 소재이자, 실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서민들의 생활용품으로 애용되었던 유리는 오늘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출처:중앙박물관>


전시장 내부. 유리가공기술의 발전단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전시해 놓고 있다.


유리를 가공해서 만든 용기


다양한 시대에 만들어진 유리제품들

유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고대 유리의 기본 성분은 소다, 석회, 실리카다. 자연 상태에서는 바다모래나 강돌이 유리의 주 재료원이다. 석회 성분은 바다 모래 속에 부서진 조개껍데기나 식물을 태워 얻은 재에서 얻을 수 있다. 순수한 실리카를 녹이려면 아주 높은 온도로 올려야 하는데, 소다와 같은 알칼리 성분을 넣으면 실리카의 녹는점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알칼리를 더하면 자칫 혼합물이 물에 녹기 쉬운 상태가 될 수 있는데, 바로 석회가 이 점을 보완해주면서 유리의 내구성을 더해준다. <출처:중앙박물관>


실리카 샌드. 유리의 원료가 되는 규석을 정제하여 덩어리 형태로 만들거나 곱게 간 다음 배합하여 유리물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유리의 속성
유리의 독특한 특징은 고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로 서서히 변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얼음은 특정한 온도에서 바로 녹아 물이 되지만, 유리는 매우 느린 속도로 부드러워지고 굳는다. 온도가 높으면 점도가 낮아지고 더 잘 흐르는 상태가 된다. 고대의 소다-석회-실리카 유리는 약 700℃에서 치즈 같은 상태가 되고, 1050℃에 이르면 꿀처럼 줄줄 흐르는 상태가 된다. 유리를 금속봉 끝에 묻히기 쉬운 1100℃와 유리가 부드러워지는 700℃ 사이가 유리의 작업 범위이다. <출처:중앙박물관>

유리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유리 제품을 완성했다면 서서히 식혀야 한다. 뜨거운 유리가 냉각될 떄 표면의 온도가 안쪽보다 먼저 낮아지므로, 안쪽이 팽창되어 있는 상태에서 표면이 굳어지면서 수축이 시작된다. 유리가 너무 빨리 식어서 이 안팎의 온도차가 커지면, 수축하는 힘과 팽창하는 힘이 유리에 스트레스를 준다. 스트레스가 심한 유리는 결국 쉽게 깨진다. 스트레스의 양은 임계온도인 긴장점을 얼마나 빨리 지나느냐에 좌우된다. 대개 450℃ 전후가 긴장점이다. 이 온도를 천천히 지나면 유리 안팎의 온도에 큰 차이 없이 식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어드는데, 이 과정을 서랭이라고 한다. <출처:중앙박물관>


놀랍게도 대롱불기로 유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도구는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교한 유리를 만드는 것도 의외로 단순한 도구 몇 가지만 갖추면 가능하다. 나머지는 장인의 숙련된 손기술과 가마의 뜨거운 열기를 감내하는 인내력의 결과다.


유리가공에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


불기대롱, 대롱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 숨을 불어 넣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끝에 유리물을 묻혀 부풀리는데 사용한다. 펀티(Punty), 불기대롱에서 작업을 마친 후 불기대롱에 붙어 있던 부분을 작업하기 위해 용기를 옮겨 드는데 쓰는 도구다. 불기대롱과 달리 속이 비어 있지 않다.


소피에타(Soffieta), 끝부분이 원뿔형으로 생긴 속 빈 대롱으로, 용기를 불기대롱에서 분리시킨 뒤 더 부풀려야 할 때 사용한다. 원뿔을 용기 입 부분에 넣어 구멍을 막고 숨을 불어 넣는다. 집게(Tweezer), 유리를 잡거나 늘일 때 사용하며, 끝이 뾰족하다. 잭, 잭은 손잡이에 두 개의 금속 날이 연결된 형태로 두개의 날을 벌렸다 조였다 거리를 조절하면서 유리의 모양을 변형시키는 데 사용한다. <출처:중앙박물관>


다이아몬드 가위, 뜨거운 유리를 자르는데 쓴다. 날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4면에 있어서 유리를 잘랐을 때 가장자리에 각이 지지 않는다. 직선가위, 뜨거운 유리를 자를때 사용한다.


블록, 녹인 유리를 고르고 원형으로 모양을 잡아 주는데 사용한다.


틀(Mold), 틀 안에 유리를 불어 유리의 표면에 문양을 찍고자 할 때 사용한다.


내화장갑, 그릇을 완성한 후 대롱에서 분리하여 서랭 가마로 옮길 때 뜨거운 유리에 손이 데지 않도록 착용한다.

유리의 발색
유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색이 아니다. 유리의 원료에는 자연적으로 약간의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별도의 처리를 하지 않은 유리는 엷은 청록 빛이 돈다. 같은 원료를 쓰더라도 유리를 녹일 때 가마 속 산소의 양과 온도에 따라서 연녹색에서 하늘색까지 약간의 편차가 생긴다. 철분을 제거하는 기술이 없었던 고대에는 무색의 유리를 만들기 위해서 철분의 녹색 기를 상쇄시킬 수 있는 안티몬이나 망간을 첨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색유리는 공작석, 연망가니즈석 같은 광물을 부수어 넣거나 금속성 산화물을 첨가하여 만들었다. 유리의 색과 농도는 가마 안의 상태가 산화인지 환원인지에 따라서도 전혀 달라진다. <출처:중앙박물관>


색유리 막대와 색파우터. 현대의 유리 공예에서 색을 내고 싶을 때 사용하는 재료이다. 색 유리 막대에 열을 가해 사용하거나, 파우더를 이용하여 색을 입힌다.